2020년 상반기 최고의 영화!
2차 세계대전을 아이의 시선으로 그린 영화들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조조 래빗은 특별했습니다. 수천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는 주인공 조조 역의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천재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스칼렛 요한슨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구요.
나치에 푹 빠져있던 10살 짜리 소년 조조가 유대인 소녀 엘사를 만나 성장하는 단순한 플롯이지만 비틀즈의 노래 I want to hold your hand로 시작해 데이빗 보위의 Heroes로 끝내는 기가 막힌 연출이 돋보입니다.
나치즘에 맞서 반정부 운동에 참여하는 엄마와 나치 광팬 아들의 관계를 어둡지 않은 블랙코미디로 풀어가는 점도 좋았는데, 마지막 엔딩의 여운을 위한 빌드업까지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중간 중간 웃음 코드도 적절했고 마지막 엔딩씬을 보고 나서는 깊은 여운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던 2020년 상반기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총평 : 이제 한동안 데이빗 보위의 Heroes를 들으면 춤추는 조조가 생각날 것 같다 ★★★★★
[스토리]
전쟁에 참전한 뒤 소식이 끊어진 아버지와 누나 잉거의 죽음 후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조조는 상상 속에서 히틀로를 친구로 둘 정도로 나치즘에 푹 빠진 10살 소년입니다. 하지만 엄마 로지는 나치즘에 반대하며 반정부 운동을 주도하는 인물이죠.
나치 청년 캠프에서 겁쟁이 토끼로 놀림 받던 조조는 무언가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욕심을 부리다 수류탄 오발 사고로 얼굴에 흉터만 남긴채 캠프를 나오게 됩니다.
그렇게 청년단을 나오게 되지만 여전히 유대인을 악마 취급하며 나치를 위해 일할 날만을 기다리던 어느날 죽은 누나 잉거의 방 벽 속에 숨어 있던 유대인 소녀 엘사를 만나게 됩니다.
나치에 반대하는 엄마 로지가 몰래 숨겨주던 유대인 소녀였죠. 조조는 무력으로 엘사를 제압해 보려하지만 오히려 제압 당해버리고, 생각을 바꿔 엘사를 이용해 유대인에 대한 정보를 모아 책으로 만들기로 합니다.
그렇게 책 집필을 위한 인터뷰?!를 하며 둘은 점점 가까워지는데요. 엘사에게 약혼자 네이션의 이야기를 들은 조조는 질투를 느끼며 네이션의 편지를 거짓으로 작성해 엘사에게 읽어줍니다. 물론 엘사는 조조가 지어낸 것임을 알면서도 그를 통해 조금이나마 네이션에 대한 기억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장단을 맞춰 줍니다.
유대인 소녀 엘사에게 점점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조조. 그가 듣기로 유대인은 사람을 잡아 먹는 뿔달린 악마여야 하는데 엘사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조조는 자신이 믿어왔던 나치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엄마 로지도 나치즘에 빠진 아들이 안타깝기만 하고, 전쟁의 잔혹함 속에서도 순수성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밝은 모습만 보여주려 노력합니다.
그렇게 엘사로 인해 유대인에 대한 악감정이 점차 옅어지고 있을 때, 엄마 로지가 반정부 운동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처형당하게 됩니다. 조조는 집에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찾아 광장으로 나갔다가 교수형에 처해진 엄마를 발견하고 오열합니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분노로 유대인 엘사를 죽이려하지만 이 마저 실패하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리는 조조.
전쟁은 점차 독일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었고 조조가 사는 마을까지 미군이 쳐들어오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는데요. 독일이 패전하면 엘사는 자유의 몸이 되지만 엄마도 없이 엘사 마저 떠나버리면 혼자 남겨질거란 생각에 조조는 이런 바깥 소식을 엘사에게 전해주지 않습니다.
전쟁의 막바지. 그렇게 나치즘을 맹신하던 10살 소년은 엘사와의 관계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 갑니다.
[추천? 비추천?]
상상 속 친구 히틀러에게 잠식 당했던 10살 소년은 아픔을 겪으며 성장하고, 후반부에는 상상 속 친구를 더 이상 나타나지 못하도록 날려버립니다.
영화에서 대놓고 나치즘을 비판하거나 참혹한 전쟁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등의 장면은 없고, 이런 식으로 성장하는 소년의 시선을 통해 나치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블랙코미디인 점은 좋지만 조금 더 깊이 있게 나치즘의 참상을 그려냈으면...하는 의견들도 많이 보았는데요. 만약 그랬다면 이 영화가 그렇게 특별하게 다가오진 않았을 것 같네요.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몰래 반나치 운동에 참여하는, 나치 광팬인 10살 아들을 둔 과부. 이 복잡한 설정의 로지라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해 낸 스칼렛 요한슨이 이 영화 지분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화 초반부터 로지의 죽음이 관객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끔 차근 차근 빌드업을 시작하는데요. 신발 끈도 묶지 못하던 조조가 교수형에 처해진 엄마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장면은 잘 된 빌드업의 예를 보는듯 했습니다.
데이빗 보위의 음악과 함께 춤을 추는 조조와 엘사의 엔딩씬은 최고의 마무리라고 생각됩니다. 어설프게 '이제 다 끝났어'라던가 '이제 행복해질거야'라며 두 인물의 뒷 모습을 보여주거나...하면 어쩌지 했는데 마무리까지 완벽했습니다.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추천
자극적인 액션이나 사건의 연속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비추천
아직 2020년이 많이 남긴 했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올해 제대로된 영화가 많지 않을 것 같긴합니다만 지금까지는 2020년 최고의 영화로 꼽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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