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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 정상회담 후기 : 아무리 메세지도 좋지만...

by 장난감냉장고 2020. 7. 31.

감독님 그래도 이건 영화잖아요...

강철비1도 남북관계에 대한 정치적 메세지가 담겨있는 영화이긴 했지만 그래도 영화적 재미를 잃지 않는 선에서 잘 녹여 냈었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강철비2 정상회담은 정치적 메세지가 너무 직접적으로 배우들의 입을 통해 바로 관객들에게 전달되다 보니 영화적 재미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마치 영화가 아닌 정치 논평을 보는 느낌?? 남북관계나 한일 관계, 중일 관계 등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다면 감독이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배경지식을 영화에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려다 보니 뜬금없는 타이밍에 정우성과 유연석이 설명충이 되어버립니다.

 

영화에 메세지를 담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죠. 오히려 아무런 감동도 의미도 없는 1차원적인 영화들 보다는 깊이 있는 메세지를 주는 영화가 울림도 큰 법이니까요.

 

하지만 메세지가 영화의 캐릭터와 스토리에 적절하게 스며들어 관객들에게 전달이 되어야지 이렇게 배우의 입을 빌려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직접적으로 하게 되면 어떤 감동이나 울림도 느끼기 어렵습니다. 메세지가 영화적 재미를 다 먹어치워 버렸달까...

 

마지막 쿠기 장면은 이게 영화인지 정치 논평인지 햇갈릴 정도였습니다.

 


강철비2 정상회담 스틸 이미지

코미디는 1절만...3절 4절하고 엥콜까지?

영화를 보면 한 대통령 역의 정우성은 한국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 스무트 대통령 역의 앵거스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투영한 인물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유연석이 연기한 북 위원장은...현재 북쪽 최고 존엄인 그 사람과는 많이 다르게 나옵니다.)

 

스무트 대통령은 대놓고 머저리 코미디 캐릭터로 그려지는데 이 코미디가 또 선을 넘습니다. 1절만 하면 될 것을 3절, 4절까지 가버리니 오글오글 너무 유치해져 버리고 '그래도 세 나라의 대통령이 모인 상황인데 저런 행동과 대사가?'싶은 장면들이 계속 됩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서에 대한 고민 따윈 없이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성과'와 '쇼'만을 쫒는 인물로 트럼프를 비판하고 싶은 감독의 의도는 이해합니다만, 저런 유치한 방식이어야만 했는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치적 메세지를 위해 영화 속 캐릭터들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느낌... 매우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입니다.

 


강철비2 정상회담 스틸 이미지

꽤 잘 뽑은 잠수함 액션씬. CG는 많이 아쉽...

잠수함 내부에서도 극한의 상황이 펼쳐짐과 동시에 외부에서는 적들의 어뢰가 쏟아집니다. 팽팽한 긴장감을 잘 유지하며 이어지는 20여분 간의 잠수함 액션씬은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CG수준은 많이 아쉽네요. 2020년인데 이런 CG가? 싶었습니다.

 

특히 부함장 역을 맡은 신정근 배우의 연기가 씬을 다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드라마에서 주로 감초 역할로 나오시던 분인데 이번 영화에서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네요.

 

정우성, 곽도원은 딱 기대한 정도의 연기를 보여줍니다만 두 사람이 맡은 캐릭터 자체가 전혀 입체적이지 못하다보니 두 배우의 연기도 딱히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어뢰를 계속 주고 받는 극한의 상황에서 어떻게 마무리할까? 싶었는데 다소 허무하게 끝나버린 점은 아쉬웠습니다. 여기에 더해지는 국뽕 한스푼...

 


강철비2 정상회담 스틸 이미지

그럼에도 강철비2 >>>>>>반도>>>살아있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워낙 큰 실망을 주었기에 강철비2에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강철비1을 괜찮게 보기도 했구요. 기대를 충족시켜 준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앞서 개봉한 두 작품과 비교하기엔 또 미안합니다.

 

반도와 살아있다는 범작 수준에도 넣기 어려웠다면 강철비2는 그래도 '범작' 혹은 '돈이 아까운 수준은 아닌' 정도의 평가는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들고 그 속에 정치적 메세지를 넣은 것이 아니라, 정치적 메세지를 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느낌이라 본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통일을 원하십니까?'

 

쿠키 영상에서 관객들을 응시하며 일갈을 날리는 정우성의 모습은 '아...배우가 감독의 정치적 메세지를 위한 확성기도 아니고 선 넘네' 싶었습니다.

 

강철비1 정도로만 적절히 이야기 속에 메세지를 녹여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던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이었습니다.

 

이 시국에 극장에서 돈 아깝지 않은 수준의 영화라면 뭐든 좋다 하시는 분들께는  추천

메세지도 좋지만 영화는 가볍게 볼 수 있는게 좋다 하시는 분들께는  비추천

 

(+나는 극보수다 하시는 분들은 중간에 나가실 수도...? 물론 그런 분들은 이 영화를 안보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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