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후기 : 이 정도면...

이 시국 개봉작들 중엔 제일 낫다

이정재, 황정민. '신세계'라는 역작을 만들어 낸 두 배우를 한 화면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대감을 주었던 영화인데요.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한 영화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 시국 개봉작들 중에는 가장 좋았습니다.

 

이정재의 포스는 관상에서 보여줬던 수양대군의 그것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후덜덜합니다. 황정민 역시 기대한 만큼 훌륭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박정민이 게이 캐릭터를 찰떡 같이 소화하면서 중간중간 적절하게 양념을 쳐주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두 사람의 화려한 1대1 맨손 액션을 기대했는데 처음 맞닥드리는 씬에서의 액션을 제외한다면 전부 총, 자동차를 이용한 액션이라 그부분은 좀 아쉬웠습니다.

 

'인신매매'. '킬러'... 설정상 영화를 보는 내내 '아저씨'가 떠오를 수 밖에 없는데요. 아저씨의 액션과 비교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아저씨가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라면 이 영화는 둔탁하고 정제되지 않은 거친 느낌이 강합니다.

 

등급 조정을 위해 중간중간 덜어낸 장면들이 보이는데 이 점도 아쉽습니다. 리얼하게 표현되어야 할 장면에서 카메라가 갑자기 전환되어 버리니 악역 캐릭터의 잔혹함, 악독함 같은 것들이 잘 표현되지 않은게 아쉽네요.

 

아쉬운 점들은 분명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시국에 개봉한 최근 한국 영화들 중에는 확.실.히 제일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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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감 가득한 이야기. 빈약한 서사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이미지

 

'영화 아저씨 + 이정재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테이큰 느낌도 납니다만 설정 상 아저씨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아저씨와 다른 점이라면 마피아 vs 황정민 vs 이정재. 삼각 구도로 전개된다는 것?

 

납치된 딸을 구하러 마피아 소굴로 쳐들어 가는 전직 요원 아버지와 그를 쫒는 킬러. 마지막 결말까지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 가득한 이야기이고 인물들도 아주 1차원적입니다.

 

인남(황정민)의 과거에 대한 서사가 약하다보니 딸을 위해 목숨을 거는 부녀간의 애뜻함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지 못합니다. 레이(이정재)도 그저 '형의 복수를 위해 인남을 죽이려고 한다'가 설정의 끝이라 뭐...다른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중간중간 늘어지는 부분이 생겨 몰아치는 액션을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고, 등급 조정을 위해 덜어낸 장면들로 인해 악역 레이의 잔혹함이 잘 그려지지 않은 점도 아쉽습니다. '하드 보일드'라는데 팔팔 끓는 느낌이 안나고 뜨거워지려하면 끝나 버리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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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적인 재미는 확실히 있는 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이미지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이 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아 요렇게 요렇게 구해주겠구나'하면 정말 그렇게 됩니다. 짜릿한 반전도 없고 진득한 감동이나 여운도 없습니다. 

 

그래도 장르적인 재미는 확실히 있는 편입니다. 액션 영화는 원래 시원시원하게 쳐부수는 주인공을 보는 맛으로 보는것이죠.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확실히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에서 보여주는 액션과 결이 비슷한 느낌인데, 묵직하고 둔탁한 효과음과 함께 적을 퍽퍽 날려버리는 타격감도 좋고 액션 중간중간 적절하게 슬로우를 걸어 이런 묵직한 느낌을 잘 살려주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이런 재미의 대부분이 이정재에게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이 필요 없이 그냥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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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진했으면 하는 아쉬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이미지

 

아무래도 신세계와 비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요. 신세계가 남자 냄새 풀풀 풍기던 진한 느와르였다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샷이 하나만 들어간 벤티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원샷으로 들이 붓는 느낌입니다.

 

유혈이 낭자한 남자들의 영화를 기대한다면 보일락말락 밍숭맹숭한 연출에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역시 등급 조정 이슈 때문으로 보이는데 자동차나 총기 액션을 빼고 칼 한자루로 썰고 다니는 맨손 액션으로 쭉 갔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황정민 - 이정재. 두 사람 사이에 별 다른 사연이나 서사 없이 그냥 무작정 쫒고 쫒기다 보니 '진한 느와르' 같은 느낌은 없고 그냥 그저그런 추격전으로 끝나버립니다.   

 

과거에 어떤 사연으로 얽혀있었다 정도의 설정만 추가해줬어도 어땠을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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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이미지

 

일단 재미는 있는 편이고 보는 동안 시간은 잘 갑니다. 치밀하게 잘 만든 수작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최근에 개봉한 영화들 중엔 가장 재밌었습니다.

 

무늬만 좀비물이던 허술한 신파극 반도. 정치 논평을 위한 무리수 강철비2. 그리고 살아있다는....하아 

 

최근 개봉작들이 이렇다보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이 정도 재미를 뽑아 준 것만도 감사하네요. 깊이 있는 스토리나 감동, 여운 따위는 기대하지 마시고 황정민, 이정재 두 배우의 화려한 액션만을 보러 가신다면 나쁘지 않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세계가 눈 높이를 너무 높여놔버려서 두 사람도 같은 장르로 그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 황정민, 이정재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면 좀 덜된 밥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하시는 분들께는  추천

신세계, 아저씨류의 진정한 '하드 보일드'를 기대하고 하신다면  비추천